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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1실


- 성장 배경
우리의 성장 배경은
우리가 성인이 된 후 삶을 살아가는 방법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나의 성장 배경 및 과정이
지금 내가 하는 일에 큰 여향을 미쳤고 기반을 만들어주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인으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과 유년기를 세계 여러 나라에서 보냈고,
24살이 되어서야 모국인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어린 나이에 늘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에 적응해야 했고
학교에서는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배우면서
새로운 문화를 자연스럽게 습득했다.
   
가난했지만 에리트 교육(경기고 서울 상대)을 받은 아버지는
사업적으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1974 한국을 떠났다.
아버지는 그 당시 속옷과 나일론(주식회사 비비안)을 만드는
회사 주재원으로 홍콩으로 가게 되었다.
그것이 나의 외국생활의 시작이 되어
만3살의 나이에 영국식 국제학교를 다니게 되었고
나는 22년간 의도하지 않았지만 영어권교육을 받게 되었다.
아버지는 쿠웨이트, 레바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근무를 하셨고
중동의 국제학교 교육과정이 중학교까지만 있었기 때문에
나는 14살 되던 해 영국의 기숙사 학교로 전학을 했다.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대학에 가서 도자기(학사)를 공부하고
1년간 대학원에서 순수미술(fine art)을 전공하다가
1993년 24살의 나이에 한국으로 돌아 왔다.

대학을 졸업하고 예술가의 삶을 살겠다고 외치며
영국의 한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하다가
아버지의 강요로 한국에 오게 된 나는
모든 것이 낯설고 싫기만 했다.
어떻게 해서든 점토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겠다는 결심만이 확고했고
다른 것들은 모두 불확실했다.
그러던 시기에 대학원에 진학하라는 주변의 권유로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도예학과 대학원 시험을 보러 갔다.
그 당시 한국말도 서툴고 한국문화에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그냥 작업만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갔었다.
나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타 학교 학생들을 그 때까지 받지 않던 도예학과 본대학원에서
최초로 타 학교 학생을 받은 유래가 되었다.
그 계기로 인하여 나는 작업을 계속 할 수 있게 되었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이수하게 되었고
이화여자대학교 도예연구소,
색채연구소와 도예학과 강사로서 오랜 기간 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2002년부터는
이화여자대학교 원로 교수이자 당시의 미술대학교 학장이었던
조정현 교수님과 많은 국제적인 교류관련 업무를 진행했다.
그 것을 발판으로 지금도 작업을 하면서
해외에 한국현대도예를 홍보하고 알리는 일을 틈틈이 하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 단체인 International Arts and Artist와 2004-2008
“불꽃의 혼” 한국현대도예 순회전 (미국 주요 박물관 순회전시),
2007-2011 “전통과 변화”
한국현대도예 순회전 (유럽 주요 박물관 및 미술관 순회전시),
두 전시관련 업무를 진행하고 있고
2009년 영국의 Aberystwyth International Ceramics Festival
(아버리스위스 국제도자 페스티벌)에 초대 받아
한국의 현대도예 및 도자교육에 대하여 강의를 했다.
앞으로도 한국의 도자기를 해외로 알리는 일을 지속적으로 할 예정이다.

- 작업에 대한 노트
나는 자연과 유기적이 선 표현에서 영감을 받아
오랜 세월 이것을 기본으로 하여 작품을 제작했다.
작품을 제작 할 때는
어떤 체개적인 계획 시스템을 강구하기 보다는 평소의 생활
그리고 자료 수집을 통하여 나에 대한 모든 부분을 통합시키고
그것을 관찰한다.
박물관에서 그림 그리는 것을 유달리 좋아하다 보니
드로잉을 많이 하게 되었고
지금도 작품 활동에 있어서
드로잉 작업은 매우 중요시 여기고 학생들을 지도 할 때도
드로잉이 개개인의 조형성을 발전시키는데 있어서
통로를 형성해 준다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는 오랜 세월 그렸던 스케치와 점토 작업을
documentation하는 의미에서 두 가지를 통합시켜 선보이게 되었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조혜영에 작품 세계의 documentation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은 늘 자신과 비슷한 것들에 관심을 보이고
그것에서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
나는 작은 detail에 관심이 많고
현미경으로 작은 사물을 관찰하는 것처럼
자연의 작은 detail을 확대시키는 것을 좋아한다.
나의 스케치는 내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자연에 대한 기록이고
그것은 곧 나의 점토 작업에 영감을 제공해 준다.
하나의 production cycle이라고 볼 수도 있다.
작은 사물을 확대시켜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관찰하면서 평면을 입체적으로 재해석한다.
따라서 Karl Blossfeldt의 사진을 보고는 나와 비슷한 요소들을 발견했고
작은 것들의 중요성을 추구하는 Karl Blossfeldt의 시각이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Karl Blossfeldt는 정적이지만 다이나믹하게
식물들을 사진으로 포착했고 식물들을 기록하였다.
이런 documentation방법이 나의 흥미를 자극시켜주었다.
Karl Blossfeldt와는 다르지만
작은 것들을 확대 시키는 의미에서는 비슷한 요소를 지닌 
Georgia O' Kieffe, Louise Nevelson,
Louise Bourgeois와 같은 작가들로부터도 영향을 받았다.

작품 제작은 도자기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띠 성형방법으로
띠 하나하나를 쌓아 올리면서 유기적인 선을 만든다.
표면의 색은 자연스러운 점토의 색을 선호하고
점토의 느낌을 살리고자 단순하게 처리한다.
유기적인 선에서는 편안함과 강인한 느낌을 동시에 유발시킬 수 있으며
많은 것들을 연상시킨다.
인체, 자연의 사물, 등
많은 것들 상징하고 시각적으로 연상시킬 수 있다.

       
- 칼 브로스펠트를 추억한다

오래 전 프로젝트 자료 수집을 위해 우연히 들렀던 박물관서점에서
칼 브로스펠트를 만났다.
일상에서 놓치기 쉬운 작은 것을 소재로 한 그의 작업에서
하찮은 사물의 디테일을 잡아내는 돋보기안경을 막 선물 받은 느낌을 받았다.
미미한 자연물에서 풍겨나는 영감과 에너지를 단박에 잡아내는 사진은
대단히 매력적인 도구였다.

독일 출신의 칼 브로스펠트(Karl Blossfeldt)는
20세기 초 식물학자이자 사진작가로 선생님으로 후학들을 이끌었다.
식물학자와 사진가로서 그는 미미한 것들이 지닌 매력들을
가감 없이 담는 훌륭한 전달자였다.
자연의 생동하는 에너지와 절대적인 영감을 가장 잘 발견하였고 담아낼 수 있었다.

칼 브로스펠트는 당대 그리고 지금까지도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질감과 패턴을 중요시하는 패션디자이너로부터 산업디자이너와 건축가들도
그의 작품에서 무한한 영감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의 사진에서 당시 작가도 미처 발견하지 못하였을 많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머리 속 어느 구석에서 이것들이 또 한 차례 분열작용을 일으키게 되었다.
흰 스케치북 화면에 가까이 잡히는 어떤 도구로든 내가 받은 영감을
그 곳에 쏟아 놓아야만 되었다.
질감, 조형미, 곡선의 전문적인 조형언어로 담기에는 한계가 있지 싶었기에
화면에 그렇게 자신만의 언어로 기록한 것이다.

오랜 세월이 지난 어느 날 나의 흙을 통한 조형작업이
참으로 그의 작업과 닮아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작은 디테일에 집중하여 조형작업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연물이 전하는 선율 그리고 하나하나씩 또렷해지는 형태,
오래 전 스케치북에 기록하였던 것과
평면이 아닌 입체로 제작한 지금의 작업이 무관한 것이 아니었다.

             
                                                   
                                                      2 0 0 9 . 8

                                                      조 혜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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