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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갤러리 빔의 2월 기획초대 전시가 아래와 같이 진행됩니다.
관객, 회원님들의 참여를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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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시 명 : 박 병 춘 展
작 가 명 : 박 병 춘
전시기간 : 2009. 2. 20. - 3. 18.
전 시 장 : 갤러리 빔 (02 723 8574, www.biim.net)
전시내용 : 회화
전시서문 : 

시간의 흔적과 표현 : 박병춘의 근작들

박병춘이 개인전을 위해 근작 이미지들을 가져와 저간의 사정을 알게된 게 이십년 만이다. 근자에는 5년 여를 산에서 칩거하면서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고 첫 인사의 운을 뗐다. 개인전 만은 꼬박꼬박 챙겨 5번을 했다는 것도 새벽 3시에 일어나 하루의 작업을 시작하는 등 목숨을 이어가듯 작업을 지속해온 걸 안 것은 물론, 어느덧 초로의 모습이 역역한 그를 헤이리에서 만난 건 모두 오랜 만의 일이다.
근작전에 출품하는 작품들은 1980년대의 모노크롬 화면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었다. 이 또한 갑작스런 변모는 아니었다. 1990년대에서 2천년 대 중반까지 해온 이미지의 해체와 소멸방식에서 한 걸음 물러나 1980년대로 되돌리려는 근자의 진행과정의 일부였다.
그가 근자에 다시 세월을 과거로 회전시키려는 건 그간 겪어온 삶의 질곡과의 운명적인 싸움을 통해서였다. 근자에 이르기 이전의 작품들은 대체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이것들은 1990년대 말 이후의 어려웠던 시절, 산에 칩거하면서 조우한 새로운 환경과 생태, 산속이라는 협소하고도 깊은 공간, 좁은 컨테이너 작업실, 여기서 이루어진 새로운 세계경험을 앞세워 1980년대 초기 시절, 비교적 안쾌했고 도시적인 삶에서 빚어내었던 작업들과 거리를 둠으로써 이루어졌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붓질로 이미지를 눌러 은폐시키는 데 강조를 두었다. 이 방식은 산의 총체적 내음과 생명의 절절함을 아우르면서 산이 갖고 있는 침묵의 볼륨을 재현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그럼으로써 한 시대의 예술의 생명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시기는 사계가 소멸되고 흔적으로 남아 존재하는 것들을 누적하고 껴안는 산의 생태를 캔버스로 연장시키기 위한 최선의 시기였다.
그러나 근작전의 작품들은 다시 1980년대의 모노크롬시절로 되돌아간다. ‘언제나 새롭게 시작하고자 한다. 80년대 캔버스에 단색조의 컬러를 칠하고 날카로운 금속도구로 긁어 무수히 반복해서 색료의 물성을 소멸시키려 했던 시절로 다시 가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서 근작들에는 그간 산의 생태를 응축시키려던 시기의 산물인 파상(波相)의 흔적대신, 모노크롬으로 덧칠한 색료의 표면과 이를 긁어 색료가 지니는 물성을 궤멸시키려는 게 역역하다. 이를 실현키 위한 가는 선들의 집괴와 화면을 편만하게 덮고 있는 스크리블러의 표정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러한 변모는 살기 위해 한 곳에 머무르기보다는 항상 어디론가 떠나야 하는 유목민의 습성은 물론, 그가 겪었던 고단한 삶의 이야기를 내부에 각인함으로써, 사실을 상징적으로 기표화해 두려는, 이른 바 존재의 지속을 향한 영원한 충동의 표정이다. 그는 그래서 이전보다 더 어둡고 무거운 색조를 바탕에 둔 침묵의 세계로 다시금 다가가고 있다. 근작전은 그 표정의 일부를 보여준다.
근작전의 작품들은 그러나 결코 절제와 반복이라는 화면의 최대공약수를 위한 게 아니다. 오히려, 그가 지금까지 겪으면서 살아온 굉음과 포효의 역사를 압축한, 이를테면 침묵 속에서 무한한 메시지를 발하려는 충동이 잠재해 있다. 긋는게 아니라 지우는 일을 반복하다 남겨진 선획들이 그래서 아연한 표정을 드러낸다. 어두운 모노크롬의 바탕을 긁어 점차 화포가 드러나고 남겨진 일부의 색료를 배경으로 전면에 부상하는 흔적의 표정을 노리는 게 근작들의 키워드다. 근작들의 이러한 면면은 매력적이다. 긋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우기 위해서 그어진 선들의 표정이란 오랜 풍상을 견디면서 잔존하고 있는 선사(史)의 유물들의 표정과 진배없기 때문이다.


2009.  2
미술평론가 김복영(전 홍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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